‘국지적 회복, 양극화 지속’의 현재진행형

서울 오피스 임대시장은 2025년 3분기, 전반적으로는 안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좋은 건 더 좋아지고, 애매한 건 더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NAI Korea 3분기 시장 리뷰에 따르면 서울 전체 평균 NOC는 25만 5,738원, 공실률은 2.79%로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표면적인 숫자만 보면 안정이지만, 권역· 등급별로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1. 숫자로 보는 3분기 임대시장: ‘비싸지만 빈 곳은 없다’

먼저 큰 그림부터 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NOC는 25만 원 중반, 공실률은 3% 이하로, 글로벌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공실과 높은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GBD(강남·테헤란로권)의 NOC는 29만 4,940원으로 4대 권역 가운데 가장 높으며, 공실률은 2.6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대로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CBD(종로·을지로권)로, 3.31%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0.67%p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강남이 비싸고, 도심은 조금 비어 있다’는 수준을 넘어, 각 권역이 어떤 업종과 기업을 흡수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2. 권역별 분위기: CBD의 숨 고르기, GBD·YBD의 구조적 수요

CBD는 3분기 공실률이 소폭 오르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스페셜티 등 주요 계열사가 그랑서울의 임대차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전하면서 일시적으로 공실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는 장기적인 수요 붕괴라기보다, 대형 테넌트 이동에 따른 단기 조정으로 해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CBD는 여전히 금융·법률·전통 대기업 본사 수요가 두텁고, 4분기 이후 예정된 대형 거래·리모델링 이슈와 맞물려 중장기적으로는 ‘리셋 후 재배치’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프라임 오피스가 아닌 대형 규모 이하의 업무시설은 경기 위축에 따른 장기 공실 위험이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GBD는 ‘테크·플랫폼 클러스터’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삼성동 빌딩 장기 임차 등 굵직한 계약이 이어지며 공실률이 추가 하락했다. 프라임 등급만 놓고 보면 GBD 공실률은 0.87%에 불과해 사실상 완전 점유에 가까운 수준이다. 테크기업·콘텐츠 기업들이 고급 인력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고려해 강남권 프라임 빌딩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향후 GBD 프라임 레벨의 임대료 상향 압력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YBD(여의도·마포권)는 이번 분기 공실률이 2.21%로 0.73%p 하락했다. NH농협캐피탈, 화재보험협회 등의 신규 임차로 원센티널 내 공실이 해소된 영향이다. 특히 화재보험협회 사옥 재건축으로 인해 관련 테넌트 그룹이 인근 오피스로 순차 이전할 예정이어서, 중단기적으로는 YBD 공실률이 추가 하락할 여지도 있다. 다만 신규 공급의 상당 부분이 자가 사옥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어, 외부 임차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 ‘순수 임대 재고’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은 YBD 시장 구조의 특징으로 남는다.

ETC 권역(용산·송파·구로·상암 등)은 공실률 2.92%로 평균 수준이지만, 권역 내 서브마켓별 온도차가 크다. 용산·송파 등 일부 지역은 프라임·대형 오피스에 안정적 수요가 유입되는 반면, 비핵심 입지의 중소형 빌딩은 여전히 임차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프라임·대형 빌딩의 ‘완판 구조’와 중소형 빌딩의 고민

등급별 데이터를 보면, 시장의 양극화는 더 분명해진다. 프라임(P) 등급 오피스의 평균 NOC는 30만 2,714원, 공실률은 2.47%에 불과하다. GBD 프라임은 앞서 언급한 대로 공실률 0%대, CBD 프라임도 일시적인 SK 계열사 이전 이슈를 제외하면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대형(A) 등급 오피스의 공실률은 서울 평균 3.55%, GBD A등급은 5%를 상회하며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서 ‘아예 프라임으로 가든지, 아니면 비용을 더 줄이든지’라는 선택지가 선명해지면서, 애매한 등급·입지의 자산들은 포지셔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구간의 빌딩들은 단순히 임대료 디스카운트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공용부 리모델링, F&B·편의시설 업그레이드, 스마트오피스화 등 비임대료적 개선요소를 얼마나 잘 기획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4. 테넌트의 ‘공간 아이덴티티’ 욕구와 임대시장의 재편

매매시장에서 확인되는 ‘논현은 기성복, 성수는 맞춤복’의 구도는 임대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성수동에서는 크래프톤·무신사·젠틀몬스터와 같은 기업들이 낡은 공장·카센터 부지를 사옥으로 재탄생시키며, 공간 자체를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 자가 매입뿐 아니라, 장기 임대차 계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대형 테넌트들은 더 이상 ‘어디에 있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건물에, 어떤 스토리를 가진 공간에 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성수동 클러스터처럼 특정 산업군이 밀집한 지역에 입주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자사 브랜딩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빌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중이다. 이는 집적이론(Agglomeration Theory)이 설명하는 바와 같이, 물리적 입지 자체보다 ‘클러스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기업의 인재 확보·브랜딩·네트워킹에 더 큰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임대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다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동일 권역·동일 등급이라도 ‘공간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설계해 두었느냐에 따라 임대료와 공실률이 갈릴 것이다. 둘째, 임차인 맞춤형 인테리어·플랜 변경을 전제로 한 장기 계약 구조(예: 턴키 인테리어, 인센티브와 공사비 분담 구조 등)가 점점 더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5. 임대인·임차인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

- 소유주·운용사
서울 오피스 임대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정 속 국지적 회복’, 장기적으로는 ‘프라임·클러스터 중심 재편’이 진행 중이다. 프라임·대형 자산을 보유한 임대인은 현재의 낮은 공실률과 안정적인 NOC를 활용해 장기 고정 임대차를 확보하면서, 향후 금리 하락 국면에서의 자산가치 상승까지 염두에 두는 전략이 유효하다. 반면 중대형·비프라임 자산의 경우 단순 임대료 인상보다, 리모델링·용도 전환·공유오피스·MD 재구성 등을 통한 ‘상품 재설계’가 우선이다. 특히 성수·용산·상암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서브마켓에서는, 초기 임대료를 다소 낮추더라도 적합한 앵커 테넌트를 유치해 ‘클러스터의 일부’가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가치를 만든다.

- 임차 기업
현재 시장은 우량 자산의 경쟁이 치열한 대신, 비핵심 입지·중소형 자산에서는 협상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본사·핵심 조직은 프라임 또는 클러스터형 입지에 두되, 백오피스·지원부서는 임대료 효율이 높은 B급 입지로 분산 배치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이 유효하다. 또한 향후 금리 하락 및 매매시장 회복을 고려하면, 우량 오피스에 대해 장기 전대차·향후 매입 옵션을 포함한 구조를 협상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6. 맺으며 – ‘공간을 고르는 시대’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시대’로

2025년 3분기의 서울 임대시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지적 회복, 그러나 선택받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남이면 된다, CBD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선택 기준이 통했다면, 이제는 같은 강남·같은 CBD 안에서도 어떤 빌딩을, 어떤 클러스터를, 어떤 공간 아이덴티티를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매입이든 임대든, 기업과 투자자는 더 이상 ‘공간을 고르는 시대’에 머물 수 없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설계하고, 그 설계에 맞는 입지와 빌딩을 찾아나서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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